엘스더치, 받은 지는 며칠 되었으나 요새 제가 카페인 1일 섭취량 제한이 걸려 있어 시음에 며칠 걸렸네요.

먼저 많은 수고로 일일이 포장해서 보내주신 엘스더치에 감사드립니다.

100ml씩 세 개라니 애초에 앙증맞은 패키지가 오겠구나 싶었는데, 예쁘고 콤팩트한 상자가 왔네요. 상자는 버리기 아까워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ELLS가 무슨 뜻일까요? 스페인어로 '그녀'라는 뜻일까요(주인이 여성이십니꽈?) 여러 단어의 글자들을 모아 이니셜로 만든 걸까요? 로고가 우아해서 한 번 더 보게됩니다.

아리차와 예가체프는 에티오피아 콩이기에 둘 중에 아리차로, 그리고 케냐와 만델링을 부탁드렸습니다.

레시피를 적은 브로셔까지 친절하게 동봉해 주셔서 저같은 더치초보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먼저, 아리차.

50ml가 너무 진할까 싶어 40ml 넣었더니.. 역시 추천대로 50ml 넣을걸 그랬나봐요.

아리차 특유의 꽃향기가 뒷심 발휘를 못하고 사라져서 처음엔 좀 실망했습니다.

다시 남은 아리차를 때려 부어 마셔보니, 화려한 꽃향이 입안을 흔드네요.

개인적으로 아리차는 식어도, 오히려 식을수록 향이 살아나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걸 차갑게 더치로 내려서 그런지 아리차의 향이 그대로 농축된 느낌이었습니다.

아리차의 배전을 애매하게 잡으면 쓴맛이 슬쩍 올라와 화려한 향미를 뭉개버리는데 엘스더치에선 포인트를 잘 잡으신 것 같아요.

워낙 제 취향의 커피라 맛있게 즐겼습니다.

이번엔 케냐입니다. 레시피대로 50ml를 부어 아이스로 - 아리차와 같은 방법이지만 더치 시음을 하기에 아이스가 최적인 것 같아서. ^^;

케냐는 에티오피아의 내추럴콩에 비해 향은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하지만 과하지 않은 바디감, 와인과 같은 고상한 산미가.. 아리차도 좋지만 전 개인적으로 케냐가 맘에 듭니다. 이건 양 주는 게 아까울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만델링.

홀짝 1/3모금 마셔보니 쓴맛이 슥~ 올라오다가 금방 사라지고 그 뒤에 단맛이 따라오네요. 케냐보다는 바디감이 묵직하지만 그래서 강렬함을 주니 이것대로 매력있는 맛입니다. 입안이 꽉 차네요.

이런 맛은 베리에이션에 어울릴 것 같아 아포가토로 먹었습니다.

양이 많지 않아서 다양한 시도는 못 해 봤지만, 세 가지 맛을 블랜딩해서 먹어도 좋을 것 같네요.

잘은 모르지만 더치맛은 결국 잘 로스팅된 원두의 맛에 시간을 들여 천천히 추출해 내면서 자연스럽게 배이는 숙성의 맛이 추가되는 것 같습니다. 에스프레소나 핸드드립에서 느낄 수 없는 더치의 농숙함이 좋았고, 원두가 가지는 고유한 향미가 잘 전해지는 더치였습니다.

좋은 시음 기회 주신 엘스더치에 감사합니다.